NARA Ⅱ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 열람하기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at College Park, MD)
0. 아카이브 여행의 시작
서울에 대한 사진과 지도를 모으기 시작한 건 7-8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책이나 도록, 보고서에 있는 자료들을 보고 표기해두는 정도였다. 초기엔 지도 관련 도록을 모으다가 점차 지도 파일을 하나씩 리스트를 만들어 수집했고, 실물 지도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의 경우 서울 사진이 실린 사진집(서울역사박물관의 서울시정사진총서, 서울역사편찬원의 사진으로 본 서울, 정부기록사진집(하드카피/웹페이지), 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집/도록 등을)을 모으기 시작해서 서울사진아카이브(지금은 서울기록원 홈페이지에 통합), 국가기록원에서 사진파일을 수집해왔다.
[인용된 자료 원본 보기 > 특정 주제/연도를 기준으로 모아둔 사진/지도집 보기 > 아카이브에서 직접 찾기] 순으로 능동성이라고 해야하나(적절한 표현을 못찾겠다), 기록물에 대한 내 맥락을 더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국가기록원을 맨 처음 들어가서 사진을 찾던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찾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입력하는 키워드의 범위, 사진을 봤을 때 해석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같은 사진을 n년전에 처음 봤을 때랑 지금 봤을 때랑 글자 그대로 ‘보이는’ 부분이 다르고, 다른 자료와의 연결점도 많아졌고.
꽤 많은 서울 사진을 봤다고 생각했을 무렵, 처음 보는 각도의 서울 사진들을 봤는데 출처가 NARA였다.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몰라서 NARA의 온라인 카탈로그도 보고, 국편의 전자사료관도 찾아보고, 그렇게 한 두장씩 찾아봤다. NARA도 보고, 해외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도 찾아보고 하면서 내가 그동안 찾았던 사진들-정부기록사진-이 가지고 있는 공백들(시기적으로나, 장소적으로나)과 관점의 한계를 조금씩 채워가면 좋겠다 싶었다.
원래 이번 여행은 그냥 여행이 목적이었다. 여러 사정으로 가느냐 마느냐 고민하던 중 아카이브와 도서관 탐방으로 방향을 바꾼거였다. 출처로만 접했던 곳들을 직접 가서 보고 자료를 찾고, 그동안 국내기관을 통해서 봤던 자료들과의 연결점을 찾다보면 서울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1. 사전 정보 수집
여행의 방향을 결정한 이후로 NARA 자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찾아봤다. 그전에는 키워드 검색 정도였다면, 이제는 NARA의 기록 체계는 어떤지, 직접 가면 어떻게 자료를 볼 수 있는지 등을 살폈다. NARA홈페이지가 가장 기본이였고, NARA 자료를 수집한 국내기관들의 홈페이지/발간물 그리고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출장 보고서들을 참고하였다. 여행 한달 전 우연히 보게된 전갑생 박사님의 페이스북 포스트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NARA 관련 국내기관 간행물 및 원문링크
번호 | 발행처 | 원문 | 발행년도 |
1 | 국가기록원 | 해외기록물 컬렉션 가이드-미국, 일본 | 2009 |
2 | 국립중앙도서관 | 해외소재 한국관련 수집기록물 정보공유 방안 | 2006 |
3 |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한국 관련 기록 자료 수집 및 정보 서비스 현황 | 2011 | |
4 | 대한민국임시정부, 미국 문서로 보다 | 2019 | |
5 | 국사편찬위원회 | 해외소재 한국사자료 수집목록집1-총목, 일본편1 | 2001 |
6 | 해외소재 한국사자료 수집목록집2-미국편1 | 2001 | |
7 | 해외소재 한국사자료 수집목록집3-미국편2 | 2001 | |
8 | 해외소재 한국사자료 수집목록집4-미국편3 | 2001 | |
9 | 해외소재 한국사자료 수집목록집5-미국편4 | 2001 | |
10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 I -NARA 소장 RG 59·RG 84 외- | 2002 | |
11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 II -NARA 소장 RG 332·RG 338 외- | 2002 | |
12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 III -NARA 소장 RG 242 〈선별노획문서〉 외- | 2002 | |
13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 IV | 2004 | |
14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 V | 2007 | |
15 | 미국소재 한국사 자료 조사보고Ⅵ | 2016 | |
16 | 미국 NARA 소장 주한 미국공보원 영상자료 해제 | 2013 | |
17 | 국사편찬위원회 수집 미국 NARA 자료 편람 | 2014 | |
18 | 국사편찬위원회 수집 사진 자료 1 | 2016 | |
19 | 국사편찬위원회 수집 사진 자료 2 | 2017 | |
20 | 국사편찬위원회 수집 사진 자료 3 | 2017 | |
21 |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 |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수집 미국편 | 2019 |
22 |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 해제집 미국편 (국외 주요기록 해제집) | 2020 |
관련 발간물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자료의 해제/목록보다는 수집·정리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읽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맨 처음 하나하나씩 찾을 땐 왜 이렇게 다양한 기관들이 각자 자료를 수집하고 따로 제공하고, 책이 나오고, 어떻게 구분하고 보라는 거냐..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나도 자료를 찾고 가서 보고 하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의 개인도 기록을 찾고 보고 해석하는게 다른데 기관으로 가면 말할 것도 없겠지. 소속 부처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목록에 있는 모든 자료를 깊이 보는 건 어렵고, 최근 자료 위주로 (아무래도 가독성이 더 좋다. 축적된 내용적 측면에서도, 편집/구성에서도) 보면 될 것 같다. NARA에 어떤 문서들이 있고, 어떤 계층구조로 되어있는지(RG(Record Group)>Series>(File)>Item), 어느 문서군이 수집되어있는지 대략 파악한 다음,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기록을 찾아본다.
기록물 목록을 만들 땐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계정을 만들고, 카탈로그 검색결과에서 바로 저장하면 된다. 저장목록은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기록 열람을 신청할 땐 RG별로 묶어서 신청하니, 저장 목록을 만들 때도 RG별로, 서비스중인 열람실별로 묶어두는 편이 좋았다.
열람실에서 신청하면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한번 신청하는 데에 여러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방문기간이 짧은 나의 경우 무엇을 우선으로 보고 싶은지도 정해야 했다. 카타로그에 기술된 내용과 RG해제 등을 참고해서. 막상 가보니 실질적?)인 시간은 더 짧아서 더 골라서 신청해야 했지만. 백번 설명을 듣고 관련 문헌을 찾아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기록물을 찾고, 열람하고 삽질하면서 배우는게 크다.
2. 위치 및 일반사항, 방문 예약
한국관련 자료에 있어 NARA라고 하면 대게 NARA Ⅱ를 말한다. 가이드북에 가끔 소개되는, 워싱턴 DC에 있는 NARA가 NARAⅠ이다. (처음 NARA를 가야지!! 할 때만해도 가이드북에 나오는 DC에 있는 곳에 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Ⅰ에 방문 예약을 신청 했을 때, 토픽을 한국의 뭐뭐뭐라고 하니, 그러면 Ⅱ를 가보라는 회신이 왔었다. 의회기록을 찾는 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그래도 방문은 했다. NARAⅡ와는 조금 다른 느낌. LOC 포스트에서 묶어서 소개 예정.) NARA Ⅱ는 매릴랜드 주 컬리지파크에 있다. 두 관이 소장하는 기록물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National Archives Building in Washington, DC(Archive Ⅰ) | National Archives in College Park, Maryland(Archives Ⅱ) |
· 가계 기록물 · 아메리칸 인디언 기록물 · DC 워싱턴 기록물 · DC 워싱턴 연방 법원 기록물 · 의회 기록물 · (maritime matters) 해상 문제 기록물 · 제 1차 세계대전 이전 육군(Army) 기록물 · 제 1차 세계대전 이전 해군(Navy) 기록물 |
· 민간기관(Civilian agency) 종이기록물 · 제 1차 세계대전부터의 육군(Army) 기록물 · 제 1차 세계대전부터의 해군(Navy) 기록물 · 스틸 사진 기록물 · 전자기록물 · 지도 및 건축설계도 기록물 · 닉슨 대통령 자료 · 동영상 사운드 및 비디오 기록물 · F 존 케네디 암살 기록물 콜렉션 · 베를린 문서 센터 마이크로필름 |
출처: 국외단기훈련「아키비스트 육성을 위한 기록관리 교육훈련 체계 강화방안 연구」결과보고서, 2016, 국가기록원
DC에 있는 아카이브는 관공서, 뮤지엄이 밀집한 지역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반면 칼리지파크에 있는 아카이브는 위치도 한적한 곳에 있지만 건물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 메릴랜드 대학교 부지를 장기임대하여 지어졌다고 하며, 건물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한 것도 주변 주민들이 공공기관 건물이 들어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국가기록원 위 보고서, 2016). 공공기관이 들어온다고 하면 환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NARAⅡ의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주소는 8601 Adelphi Road, College Park, MD 20740이다. 문서실/지도 및 도면실/영상 및 사운드, 마이크로필름실/사진실 등 열람실이 층별로 구분되어 있다. 아카이브2페이지 https://www.archives.gov/college-park, https://www.archives.gov/college-park/researcher-info 를 참고하면 가는방법/소장자료/이용방법 등을 볼 수 있다. 운영 시간이 5시까지긴 하지만 열람 신청 마감은 3시까지이니, 오후에 도착하면 사실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가능한한 오픈 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뉴욕↔D.C↔MD를 왔다갔다 한 나의 경우 :
뉴욕>D.C는 암트랙을 타고 이동하여 Union Station에 내린다. 역에서 NARAⅠ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NARAⅠ↔ NARAⅡ 사이를 매 시에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DC에서 MD로 갈 땐 한 번에 갔지만, MD에서 DC로 갈때는 근처 지하철에서 한 번, 유니온역에서 한 번 내려주고 아카이브 셔틀정류장에서 내려줬다. 퇴근 동선을 고려하는 듯 하니 참고. (근데 홈페이지에는 나와있지 않은 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겠다.) 셔틀이동시 30-40분정도 소요된다.
원래 별도의 예약제는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올해 7월부터인가, eventbrite 플랫폼을 사용하여 예약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공공예약플랫폼을 생각하면... 외부 플랫폼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유연함을 느낀다. 아키비스트들이 구글시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도 그랬고.
10월 방문은 최소 한달 반 전에는 예약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널널한 거 같다. 인원수 제한이 많이 풀린 것인지 겨울에 수요가 줄어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예약은 열람실별로 각각 필요하다. 내가 예약하던 시점에는 지도실(Cartographic) & 사진실(Still Pictures)을 예약한 후, 마감된 문서실(Textual)엔 방문 요청 메일을 보내고 컨펌을 받았다. 예약 필요여부와 방법은 바뀔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 성수기엔 문서실>지도실 순으로 마감되는 것 같다.
3. 주변환경
미국은 워낙 넓은 땅이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구역마다 치안이나 환경이 천차만벌이라 걱정을 많이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DC↔MD 이동은 셔틀로 했고(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숙소는 메릴랜드대 근처 호텔로 잡았다. 뉴욕의 코딱지만한 방과는 비교가 미안할 정도로 넓고 조식도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완전 미국식 아침이니 한번 먹으면 질린다) 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메릴랜드대 앞 볼티모어 애비뉴를 따라서 식당과 가게들이 있고, 적어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걸어 다니기에 충분했다. 아카이브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C8노선이 정차하니, C8 노선 주변에 있는 숙소를 잡으면 이동 비용을 절약하기에 좋다. 이쪽 호텔의 이용객은 메릴랜드대 혹은 아카이브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다시 가게되도 비슷한 위치의 호텔을 고르게 될 듯.
4. 리서처카드 발급, 입장, 라커룸
예약페이지 설명을 보면 리서처 등록을 온라인으로 미리할 것을 권한다.
All researchers must register for a NARA Researcher Card. Researchers are further encouraged to pre-register in advance of a visit. This process consists of two parts, including completing the Online Researcher Orientation and Online Kiosk Registration.
링크를 통해 마치면 되고, 15-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가서 해도 되는데 현장 시간은 금과 같고, 영어로 듣는 것보다 읽는 것이 편하니.. 미리 하고 가는 게 낫다. 가서는 여권 등 기본 사항만 확인하면 바로 리서치 카드를 발급해준다.
건물에 들어가면 우선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곳을 거친다. 바구니에 겉옷과 가방을 넣고, 예약한 이름을 확인한다. 그다음 정면의 인포데스크 같은 곳을 가는데, 리서처카드가 있으면 카드를 보여주면 되고 없으면 발급받으러 가라고 안내해준다. 검색과 보안이 철저하고, 엄격한 분위기여서 당황스럽고 긴장할 수 있는데 (=나) 그러지 말고 나는 처음이다~ 도와달라~ 하면 다들 정말 잘 안내해준다. 미국은 내가 얘기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카드를 발급받은 다음엔 지하 라커룸으로 내려간다. 라커에는 각종 소지품과 가방, 외투를 넣어두어야 한다. 노트북/태블릿/카메라/각종 케이블/핸드폰/스캐너 이외에 것들은 가져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라커를 잠글때 25센트 동전이 필요한데, 없다면 매점에 가서 아무거나 사먹고 거스름돈을 받자(잔돈을 받을때 라커용 코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맞게 거슬러주신다). 그리고 가끔 고장난 라커가 있으니 주의. 그냥 잠겨버려서 당황+시간 허비한 날도 있었다^^..
짐이 많으면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된다. 카트를 끌고 올라와서 세번째 관문-열람실로 연결되는 구역-에서 리서처카드를 찍고, 소지품을 확인한다. 노트북과 태블릿은 열어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첫 입장을 하고 난 다음부터 매일의 입장 프로세스는 처음 보안검색 > 데스크에서 카드 확인 > 열람실로 연결되는 구역에서 다시한번 검색확인(+리서처 카드 찍기) 이렇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첫 날 두번째 날까지는 허둥지둥 했는데, 세번째 날부터는 적응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이니 실수해도 당황하지 말고 안내에 따르면 된다.
지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긴장하고 정신없고 그래서 음식은 안사먹어봤고 자판기에 있는 음료수와 간식으로 떼웠다. 에너지음료만 종류별로 먹어본 것 같네...
5. 열람실 이용하기
- 지도실 (Cartographic and Architectural, 3층)
제일 먼저 지도실부터 갔다. 관심사는 서울 사진+지도이고 방문 기간이 워낙 짧기에 시각자료 위주로 보기 위함이었다. 열람실에 들어가면 리서처 카드를 찍는다. 지도실은 책상도, 카트도 아주 크다. 빈자리를 찾아 짐을 내려 놓고, 미리 찾아둔 기록물을 신청한다. 작성법을 알고 있다면 직접 슥슥 쓰면 되지만 (슬립이라고 하는 신청서와 연필은 넉넉히 비치되어 있다) 처음 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그럼 입구쪽 상담실로 가서 기록목록을 보여주면 (온라인카타로그 계정에 있는 목록을 보여줘도 되고, 엑셀에 리스트를 정리했다면 그걸 보여줘도 된다) 아키비스트가 슬립작성을 도와준다.
슬립을 쓰고 나면 리서처카드를 찍었던 데스크로 가서 건넨다. 그리고 기다리면 카트에 지도가 나오고, 핑크색 종이에 이니셜과 시간 등을 쓰고 카트를 받는다. 계속 강조하지만 처음이고 잘 모르는 것 같으면 물어보면 된다. 스탭들은 정말 잘 도와준다. 딱 하루이틀 뚝딱이면 규칙은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열람실마다 Finding Aids가 있는데, 이걸 살펴보고 신청할 수도 있다.
서울을 포커스로 한 대축척 지도는 내가 신청한 자료 중엔 몇 장 없었지만 직접 본 것 만으로도 좋았다.
카트는 한 번에 하나, 박스도 한 번에 하나, 폴더도 한 번에 하나, 파일도 한 번에 하나씩 보는 것이 규칙이다(이외에 열람실에서의 여러 규칙은 이 링크 https://www.archives.gov/research/research-room-rules를 참조). 그리고 나갈 때(당일 각 열람실 일정을 마쳤을 때)는 1층 열람존 들어올 때 했던 것처럼 노트북/태블릿 등은 열어서 보여주어야한다.
- 사진실 (Still Pictures, 5층)
지도실에서 다음 카트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사진실로 올라갔다. (여기도 들어갈 때 한 번 리서치카드를 찍는다) RG 111에 있는 기록물 저장해둔 것을 보여주면서, 서울 사진을 찾고있다고 하니 111-SC 목록함으로 안내해주었다.
111-SC에 대한 국편의 해제는 링크를 참조.
자리에는 한번에 서랍(박스?) 하나씩 가져와서 확인할 수 있다. 카드에 있는 사진설명글을 보고 추려서 신청하는 것. 인덱스카드를 보면서 낑낑거리고 있으니 아키비스트가 와서 서울 사진을 찾고 있다면 111-SCA를 살펴보고 신청하는 것을 권했다.
111-SC에 있는 사진들 중 앨범형태로 묶어놓은 자료의 목록이다. Korea 아래 지역명 등으로 하위 분류가 되어 있었고 여기 있는 identifier 넘버를 슬립에 적어서 신청하면 된다.
카트에 자료가 나오면 끌고 가서 테이블에서 볼 수도 있고, 안쪽 촬영대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서 볼 수도 있다. 유엔아카이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하려고 뚝딱이고 있으니 저기 가서 세팅하고 찍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사진을 볼 땐 장갑을 끼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장갑은 손 크기에 맞게 여러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실에서는 RG 111-SCA에 있는 서울사진+@과 RG 127-GK에 있는 사진들을 보았다. 보고싶은 기록군이 더 많았지만 시간의 한계로 어쩔 수 없었다.
홀드
신청한 기록은 홀드가 가능하다. 홀드하겠다고 말하고 슬립에 싸인하면 된다. 반납할땐 리파일. 그리고 마찬가지로 노트북-태블릿은 열어서 보여주고 확인받으면 나갈 수 있다. 사진을 보던 중 저작권 관련한 안내문을 받았었는데, 이걸 가지고 나가려고 하니 확인된 문서를 담아가는 백에 넣어서 가져가야 했고, 그걸 출입구에서 확인한 다음 종이만 꺼내서 가져갈 수 있었다. 종이가 있으면 여러가지로 번거로우니 들고 가지도 가지고 나오지도 않는 것이 마음 편하다. 자료를 신청/정리하려면 노트북은 필수이고, 태블릿도 들고가면 종이와 연필을 대신하여 기록 보조도구로 쓸 수 있으니 있으면 가져가는 것을 추천.
- 문서실 (Textual, 2층)
메인 열람실이다. 사진/지도실과는 다르게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층고도 높다. 사람도 가장 많고 분주하다. 문서실은 슬립 쓰는 것도 다른 열람실보다 어렵다.
Getting started 문서 https://www.archives.gov/files/research/start/getting-started.pdf 에서 슬립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항목과 찾는 법이 간략히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이걸 봐도 직접 작성하기가 어려웠고, 2층에 들어와서(역시 체크인부터 하고) 데스크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탭이 다가와서 뭐가 필요한지 물었다. 어떻게 신청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다른 스탭이 3층으로 안내해주었다. 3층엔 상담해주는 아키비스트들이 있었고, 다른 곳에서랑 비슷하게 저장한 기록물 목록을 보여주고 슬립작성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무사히 슬립을 채운 다음 2층으로 와서 신청하고 기다린다. 사진/지도실과 다르게 여기는 신청한 박스가 나왔는지 보여주는 현황 스크린이 있어서 그걸 보고 데스크로 가면 된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짧은 기간동안 나는 문서보다는 시각자료를 최대한 많이 보고 싶었고, 기록물을 담을 때도 시각자료가 있는것으로 확인되는 기록물 위주로 담아서 신청했다. 사진/지도실에서 사진이나 지도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문서더미에서 사진이나 지도를 볼 때 쾌감이 훨씬 크다.
(이건 서울기록원에서 자료를 볼 때 처음 느꼈던 건데, 평범한 종이문서로 보이는 제목인데 신청해서 보면 도면이나 사진이 들어 있을 때! 정말 신난다.)
아무튼 운이 좋게도 처음 열었던 박스 세번째 폴더쯤에 큰 지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펼쳐보니 생각보다 커서 책상 크기를 한참 넘었는데 (지도실에 비해 문서실은 일반 책상보다 조금 큰 정도다) 지나가던 리서처가 가운데 큰 테이블을 이용하라고 알려주었다.
지도를 펼치고, 촬영 전에 카피센터로 박스를 들고 가서 사진 촬영 허가를 요청했다. 문서실에서 촬영/스캔을 할 때에는 양 끝에 있는 카피센터에 가서 사진 촬영/스캔을 요청하고 종이를 받아와야 한다. 지도같이 큰 걸 촬영할 땐 촬영이 쉽지 않은데, 스탭이 사다리를 사용하라고 귀띔해주었고 종이가 펄럭거리고 있으면 슬며시 문진도 쥐어줬다. 이용자들이 삽질할 기미만 보여도 그간의 빅데이터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지..
6. 나가며
초반에는 기록물을 보는 시간보다 헤매고 허둥거리고 신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둘째날에 조금 적응(들어오고 나갈 때 열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했고 세번째 날부터 신청하는 속도나 각 열람실을 오가며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보는 것 등등 조금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질 무렵에 일정이 끝났다.
NARA의 규칙은 까다롭고, 스탭들은 엄격하면서도 친절하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규칙들은 숙지하고 가되, 기록물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궁금한건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가면 되는 것 같다. 아키비스트들에게 질문할 때는 내 질문이 잘 전달될까, 영어로 잘 얘기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말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은 이용자들이 하는 질문의 의도, 내용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있는 것 같았으니. 한마디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답변을 해주고,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자료를 보고 싶은지 구체화해보는 것이었다. 저장한 기록물 리스트, 알고 싶은 것을 단어로 나열해서 말해도(실제로 그렇게 했다) 아 어떤걸 궁금해하는구나, 그럼 어떤 기록군이 적합할지, 이용자가 가져온 리스트에서 어떤 기록을 우선 보는게 적합할지 안내해준다. 질문을 한만큼 더 잘 이용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으니 모르면 지나가는 스탭을 붙잡고 물어보기.
짧은 방문이었는데도 최대한 사전정보수집과정과 방문했을 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혹시라도 NARA를 비롯하는 해외아카이브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진입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과거 나에게 안내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전문 연구자가 아닌 애호가, 일반인들이 더 많이 아카이브를 찾고 각자의 배경과 맥락에서 기록을 찾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경험이 더 많이 나누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① UN아카이브
②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Ⅱ)
③ 록펠러 아카이브
④ 미국의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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