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도로명주소는 2009년 도로명주소법 개정 후 새로운 체계하에 만들어진 2차 새주소 사업의 결과물이다. 그 이전,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된 1차 도로명주소는 도로명이라는 큰 틀만 같을 뿐 도로명 체계는 자치단체마다 달랐고, 명패 디자인도, 길 이름도 제각각이었다.
1차 도로명 주소 명패는 2차 새주소사업을 하면서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아직까지 개인의 집이나 가게에는 남아있는 경우들이 가끔있다. (군청색 현 도로명주소 명패말고, 여러 모양+색깔(주로 초록이 많다)의 명패가 있다면, 1차 도로명주소 명패다.)
제각각인 도로명주소는 주소를 따라 길을 찾는 데는 단점이 많은 주소였지만, 도로'명'만 놓고 보면, 그 길과 동네의 역사, 특징을 알려주는 명사가 도로명에 붙어있어서, 길 이름들만 쭉 살펴봐도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 초기 도로명주소 명패를 보면 반갑다. 홍대앞 서교동 어딘가에 있던 '송정내1길'명패도 그래서 반가웠던 명패다. 송정내라.. 물길이 있었나보다.
송정내는 어딜 지칭하는 하천일까? 서울지명사전에 의하면, "송정내"는 마포구 서교동에 있던 하천으로서, 송정이란 정자가 있던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1936년 발행된 대경성정도를 보면, 현재 홍익대학교 캠퍼스에서 흘러나와, 상수동카페거리를 지나 당인리발전소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합류하는 물길이 보인다. 이 하천 전체를 송정내라고 했는지, 도로명이 붙어있던 상류부(그림에 표시)만 송정내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인리 합류부를 보면 00천이라고 이름붙였을법 하기도 하고...
아무튼, 송정내는 꽤 이른 시점부터 복개되기 시작했다. 1936년 지도에는 물줄기가 또렷이 보이지만, 1940년대 중반 지도부터는 현 독막로(상수역-합정역 사이 길) 북쪽으로는 모두 덮여 길이 났다. 발전소가 있는 쪽 물길만 1970년대까지 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참고로 남북방향으로 난 철길은 당인선으로, 서강역-당인리역을 잇는 용산선의 지선이었다. 1982년 폐선 후, 공터로 있다가 1990년대 주차장이 조성되면서 현재의 걷고싶은거리-홍대 주차장길-이 되었다.)
송정내길은, '주차장길'이라고 부르는 구간 일부와 상수동 카페거리 등에 붙어있었다. 오래전 덮여 잊혀졌던 송정내는, 도로명주소 사업을 통해 발굴(?)된 셈이다. 비록 십 몇 년 정도 쓰이고 교체되었지만, 가끔 남아있는 명패와 당시 지도에 그 이름이 남아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옛 지도를 통해 물길이 있었는지는 알았어도, 물길을 뭐라고 불렀는지는 몰랐을테니까.
+ 송정내길 구간엔 길바닥에 가끔 큰 철판이 있는데, 과거 하천임을 알려주는 흔적 중 하나다. 복개된 하천은 하수관거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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